1. 혼자 준비한 개인회생, 서류 양과 절차의 현실적인 난이도와 체감된 진입 장벽
개인회생을 직접 신청하려는 이유는 대부분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필자 역시 변호사나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회생을 셀프로 진행해보기로 결심했는데, 막상 시작하자 서류의 양과 절차의 복잡성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법원 홈페이지에서 신청 양식을 다운로드하면 기본 구성은 보이지만, 실제로 작성해보면 정해진 양식 안에 내 사정을 명확히 담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증빙 서류의 방대함이었습니다. 급여명세서, 통장 사본, 부양가족 관련 서류, 채권자 목록, 재산 목록, 지출 내역서, 진술서 등 빠짐없이 준비하려면 자료를 정리하는 데만 일주일 넘게 걸렸습니다. 특히 과거에 사용했던 간편결제 서비스, 통신요금 연체, 자금 상품 이용 내역 등도 모두 채무 목록에 포함시켜야 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누락되면 보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게다가 각 문서가 서로 연결돼 있어 단 한 부분의 오류라도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순한 서류 작성이 아닌, 재정 전반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이는 시간과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고, 생각보다 더 많은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생계비와 가용소득을 계산하는 과정도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법원 기준에 맞는 합리적인 생활비를 산정해야 하고, 본인의 소득에서 그 지출을 뺀 나머지를 변제금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이 수치가 법원이 수용할 만한 수준이 아니면 인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숫자 계산이 아니라 법원 입장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2. 제출 과정과 보정 대응, 혼자 진행하며 겪은 시행착오들
서류를 모두 준비한 후에는 해당 지방법원에 방문하거나 등기우편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필자의 경우 직접 법원에 가서 접수했는데, 담당 창구에서 서류 점검은 하지 않고 접수만 받습니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첫 보정명령이 도착하는 데 약 2주 정도가 소요되었고, 그 내용은 ‘부양가족 진술 불충분’과 ‘지출 항목 과다’에 대한 수정 요구였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습니다. 보정명령은 대부분 일주일 이내의 기한을 주고, 기한 내에 다시 제출하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각하 또는 기각될 수 있다는 부담이 생깁니다. 필자는 공공기관에서 발급한 가족관계증명서에 자녀가 등재되어 있더라도, 실제 양육 중이라는 점을 별도로 진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이로 인해 ‘실제 부양의 사실관계’에 대한 보정을 요구받았습니다.
또한 생계비 항목 중 차량 유지비, 통신비, 식비 등이 과도하다는 사유로 감액 요구가 있었고, 이 역시 통장 내역과 지출 구조를 기준에 맞게 조정해 제출해야 했습니다. 혼자 진행하면 서류 오류의 책임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글들을 통해 참고할 수 있었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의 회생 안내자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무적으로 어려웠던 점은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이 명확히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경험이나 유사 사례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3. 회생 개시 이후 달라진 삶의 구조, 셀프 신청이 준 교훈
수차례의 보정과 재제출 끝에 결국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개시결정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가 전까지 여전히 변제계획 수립과 심문 일정을 거쳐야 했지만, 가장 큰 산을 넘은 듯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신청 당시에는 불안함과 복잡함이 컸지만, 직접 준비한 덕분에 내 재정 상태를 누구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셀프 신청의 장점은 역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무사나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최소 10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을 텐데,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현금 지출은 없었습니다. 또한 신청서부터 진술서까지 직접 작성하다 보니 나의 지출 패턴, 수입 구조, 과거 소비 습관까지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고, 이는 회생 이후의 재정관리 습관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 단점도 분명했습니다. 절차에 대한 불안, 보정 대응의 스트레스, 실수에 대한 책임 부담 등은 결코 작지 않았고,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류 하나 빠뜨렸다면 기각될 수도 있었던 순간이 있었고, 그만큼 셀프 회생은 치밀한 준비와 강한 의지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선택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회생은 단지 채무를 줄이는 제도를 넘어 삶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혼자 준비하는 것이 어렵긴 해도, 충분한 정보와 준비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으며,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 어떤 전문가의 도움보다 클 수 있습니다.